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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취약지서 아이 받을 수 있는데..”…사라지는 조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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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 줄고 지원 미비, 정부 “수요조사 후 정책지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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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전국에 분만취약지구가 정말 많습니다. 인천에서 11년간 조산원을 운영했는데 강화도에서 산모가 오세요. 산부인과가 계속 줄고 있으니 조산원이 분만취약지에서 중간 역할을 하면 되는데 정부 지원이 부족하고 인력 배출 문제도 크네요.”

25일 김옥경 대한조산협회장은 조산사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저출산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조산사 수련병원 지정 기준 때문에 수련기관이 줄면서 매년 배출되는 조산사 수도 10여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산원 운영에 대한 정부 지원이 미비해 분만 취약지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조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월 분만 100건 못 채우면 수련병원 탈락, 조산사 배출 급감  

조산사는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으면서 산모의 임신·분만·산후 처치를 전문적으로 보조하는 의료인이다. 조산사가 되려면 간호사의 면허를 가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 1년간 조산의 수습과정을 마치거나, 또는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조산사의 면허를 받은 자로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시행하는 조산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다음 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련병원 지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연간 배출되는 신규 조산사가 매년 1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산사 합격자 수는 2017년 16명, 2018년 20명, 2019년 14명, 2020년 13명, 2021년 12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전국 조산사 수련기관은 4곳밖에 없다. 신규 조산사 50%의 교육을 담당하는 일신기독병원의 경우 과거 연 40명씩 배출해 지금까지 2600여명의 조산사를 양성했다면, 지금은 연 12명 정도”라면서 “이는 저출산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지정 기준 때문이다. 조산사 수련병원 기준이 월간 분만 건수 100건인데, 지금 한 달에 분만 건수 100건을 채우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신기독병원도 분만 건수를 채우지 못해 조산사 수련 기관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만약 일신기독병원이 조산사 양성을 포기하면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조산사의 맥은 끊어지고 말 것”이라며 “저출산 기조에 맞게 분만 건수를 40명 정도로 줄이고 전국 거점지역에서 조산사 수련병원을 정부가 지정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줄고 원정출산 불가피…‘조산원’ 정부 지원 부족    

특히 김 회장은 분만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조산사 양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분만취약지역에서 조산사가 산모와 의료기관 사이의 중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 분만이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 숫자는 2010년 808개에서 2019년 541개로 10년간 1/3정도 감소했다. 저출산, 저수가 등의 이유로 분만을 포기한 병의원이 증가하면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까지 원정출산을 가야 하는 산모들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분만 취약지인 강원도에는 2018년 기준 도내 18개 시군 중 화천, 인제, 평창, 정선 등 총 11곳에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안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 게다가 분만 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신부의 유산율은 다른 지역의 평균치보다 최대 3배나 높다. 2013년 보라매병원 이진용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분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평균 유산율은 3.56%였지만, 유산율이 가장 높은 정선군은 10.3%로 2.9배나 더 높았다.

김 회장은 “조산사는 의료법에 따라 지도의사를 두고 조산원을 개설할 수 있는데, 정상 분만일 경우 조산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다만, 검진, 처방 등 의료행위가 필요할 땐 지도의사에게 이송하고, 이상분만으로 인해 임부·해산부에게 이상현상이 생겼을 때에도 의원급 또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귀농하는 사람들도 많고 지방에 외국인들도 많은데 분만할 곳이 없어 원정출산을 하고 있다. 이는 유산, 모성사망과도 연관되는데, 전문 수련을 받은 조산사의 도움으로 분만할 수 있다면 산모들도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안심하고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출산으로 조산원 숫자도 2000년 126개에서 2019년 15개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의원별 평균 분만건수의 11.8%나 담당했다. 조산원도 분만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모성 보호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지방으로 가겠다는 조산사들도 많다. 1년에 조산사 몇 명을 배출해 의무적으로 2~5년까지 분만취약지 등에서 봉사를 하라는 식으로 제도화하거나, 취약지구에 조산원 창업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하는 등의 기본적인 지원만 있으면 공공의료 차원에서 중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또 김 회장은 “지금은 정부의 지원이 하나도 없다.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를 개원하면 1년에 5억씩 지원해주고 행위별수가로 적용하는데, 조산원은 포괄수가제(DRG)로 묶여있어서 분만 1건에 따라 수가가 책정된다”며 “게다가 분만취약지에 조산원을 개설하면 분만료의 배를 받는데 정부 지원으로 산부인과가 개설되면 지원이 잘린다. 산모가 가정출산을 원하는 경우에도 수가적용이 안되는데 불합리한 점들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정부 “수련병원 지정 기준 조정, 조산사 수요조사 실시” 

정부는 수련병원 지정 기준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전반적인 조산 정책 개선을 위해서는 수요 조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백영하 보건복지부 간호인력TF 팀장은 “조산사 양성을 위한 실습기관 지정 기준이 예전 기준에 맞춰져 있는데,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조산 정책 개선은 우선 국민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모색하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팀장은 “특히 (조산인력을 분만취약지 등 공공인력으로 활용하는)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최근 며칠 사이에 건의가 나와 검토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분만취약지에 있는 산모들이 조산원, 조산사 이용 의향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어떤 정책수단을 활용할지, 어떤 지원을 할지 검토를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때문에 수요조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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